백수 4일차

백수 4일차

1.

어제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. 더쿠로 알아서 친구가 됐는데 여태껏 알아 오는 게 신기하면서 웃긴. 그리고 덕질로만 관계가 유지될 수 없구나를 깨닫게 해 준 친구기도 하다. 어제 오랜만에 새 최애 소개와 몇 달 못 봐서 근황 얘기를 하고 짧게 만나고 헤어졌는데. 어쩐지 이상했다. 생리가 터졌다. 집에 빨리 오고 싶더라니 아 정말. 자궁 진짜 딱히 쓸 일 없을 텐데 매번 부지런하고 아니 근데 날짜 좀 맞춰서 나오면 안 되냐고 맨날 감에 의지해서 생리일을 맞춰야 하는지 개빡치지만 내 장기니까 어쩔 수 없지. 아니 친구 얘기하다 여기까지 왔네. 친구는 다 소중하다는 말이였다능

 

2.

사실 백수 됐는데 심심해 뭘 좀 배워볼까 혼자 고민하는데 더우니까 늘어져서 누워있고 누굴 만날까 하다가도 생리 끝나면 만나야지 싶고 심심한데 혼자 있고 싶고 뭐든 하고 싶은데 딱히 떠오르는 건 없고 사실 뭘 해야 될지 몰라서 이러고 있는 거 같기도 하다. 내 나이 70에 뭘 해야 될지 몰라서 바닥에 붙어 있다니 아직 백 살 되려면 한참 남았는데! 흑흑 재밌는 거 하고 싶은데 그게 뭐지. 예전에 최애 얼굴만 봐도 재밌었는데 요즘엔 최애 얼굴 보면 내가 제니주노 했으면 널 낳았다 이런 생각만 하고 있다;

 

3.

잠깐 독립할까 고민했다 정말 몇 초. 하지만 나가서 한 달만 살 수 없으니까 몇 초만에 접음. 꾸준한 직장이 중요한 게 독립의 필요성을 느낀 이후부터 인데 정말 꾸준하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? 정말 공무원 말고 없는 거 같은데? 아오... 친구들 준비할 때 따라 했으면 됐을까? 이런 생각 좀 해보다 아닐 거야. 싶어서 아까워하진 않는다. 예전에 안 그랬다는 건 아닌데 요즘 좀...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 기분이 든다. 아 정말 재미없는 거구나. 나는 약간 현실에서 몇 발자국 뒤에서 살아온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들었는데 최근에 이런 기분이구나... 싶은 정도로 밖에 설명이 안 되는 그런 기분이다(?) 의사한테도 말했더니 예전보다 좀 나아진 거 같냐고 묻더라고 사실 현실 외면하면서 살 때가 좀 즐겁긴 했던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. 뭐가 즐거운지 그래도 사는 곳이 여긴데 발 디디고 살아야지 싶기도 하고 좀 슬프기도 하고. 

 

 

4.

나는 한글을 엄청 늦게 뗐는데 말을 빨리 배웠다. 그래서 엄청 어릴 때 욕배워서 써먹다가 주인집 아줌마한테 작살나게 혼나고 그뒤부터 욕을 안 했다고. 엄마가 말해줬다. 사실 난 기억이 안 나. 글을 늦게 뗀 건 기억 나는데 왜냐면 초등학교 들어가서 글을 뗐거든. 1학년때도 막 받아쓰기 빵점맞고 난리났었음. 지 맘대로 사는 어린이...그러다 안 배우면 안 되는거구나를 깨닫고 한글을 뗀건 아니고 어쩌다보니 한글 배운거 같은데 아직도 글자가 생경할 때가 있다. 뭐랄까 인식이 안된다고 해야하나 그럴때마다 어릴때 느꼈던 그 암담함이 떠오른다. 이게 뭐지? 했었던 기억. 사실 감정이겠지. 기억은 흐려져도 감정은 남아서 힘들게 하니까. 뭐 지금은 먹고사는데 지장 없어서 그른가 보다 하는데 가끔 그래서 책 읽기가 불편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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